








목차
최근 국민연금을 정상 수령 나이보다 앞당겨 받는 '조기노령연금' 신청자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100세 시대에 연금을 늦게 받아 많이 받는 것이 유리하다는 통설을 뒤집는 현상입니다. 이는 불안정한 경제 상황 속에서 당장의 현금 흐름을 확보하려는 생계형 신청도 있지만, 복잡한 연금 계산법 속에서 실리를 챙기려는 전략적 선택인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기초연금 연계 감액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조기 연금이 주목받고 있는데, 과연 일찍 받는 것이 무조건 이득일지, 아니면 노후 빈곤을 앞당기는 악수가 될지 냉정하게 분석해 봅니다.
손해 감수하고 미리 받는 조기연금 열풍
조기노령연금은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10년 이상이고 소득이 있는 업무에 종사하지 않는 경우, 본인의 연금 수급 개시 연령보다 최대 5년 일찍 연금을 당겨 받는 제도입니다. 2024년 기준 90만 명에 육박하는 수급자가 조기 연금을 선택했습니다.
이들이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연금을 당겨 받는 가장 큰 이유는 '불확실성' 때문입니다.
"나중에 연금이 고갈된다더라", "죽기 전에 내가 낸 돈이라도 다 찾아 쓰고 싶다"는 심리가 크게 작용합니다.
또한, 은퇴 후 국민연금 수령 전까지 소득이 없는 '소득 크레바스(절벽)' 기간을 버티기 위한 생계비 목적으로 신청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단순 생계형을 넘어, 자산가들이 건강보험료 폭탄이나 기초연금 감액을 피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연금액을 줄이려는 목적으로 조기 수령을 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연 6% 삭감의 공포, 평생 꼬리표가 된다
조기 연금의 가장 큰 페널티는 바로 감액률입니다. 1년 일찍 받을 때마다 연금액이 6%씩 깎입니다. 최대 5년(60개월)을 당겨 받으면 원래 받을 금액의 30%가 영구적으로 삭감됩니다. 월 100만 원을 받을 수 있었던 사람이 5년 일찍 받으면 평생 70만 원만 받게 되는 것입니다.
이 삭감된 금액은 물가 상승분을 반영해 매년 오르긴 하지만, 삭감 비율 자체는 죽을 때까지 복구되지 않습니다. 기대 수명이 늘어나 90세, 100세까지 산다고 가정했을 때, 30%의 차이는 시간이 갈수록 막대한 누적 수령액의 차이로 이어집니다.
따라서 당장 몇 푼이 급하다고 덜컥 신청했다가는, 70대 중반 이후 급격히 늘어나는 의료비와 생활비를 감당하지 못해 후회할 수 있습니다.
기초연금 연계 감액을 피하는 꼼수?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기 연금을 선택하는 계산적인 이유는 기초연금과의 연계 때문입니다. 앞서 언급했듯, 국민연금 수령액이 기초연금 기준액의 1.5배(약 50만 원)를 넘으면 기초연금이 최대 50%까지 깎일 수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차라리 국민연금을 조기 수령하여 월 수령액을 감액 기준선 밑으로 낮추고, 대신 기초연금을 전액(33만 원~40만 원) 받는 것이 총액 면에서 유리하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예를 들어, 정상 수령 시 월 60만 원을 받아 기초연금이 깎이는 A씨가, 조기 수령을 통해 월 42만 원(30% 감액 가정)으로 낮추면 기초연금 33만 원을 전액 받아 총 75만 원을 챙길 수 있습니다. 이는 '국민연금 성실 납부의 역설'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제도의 허점을 파고든 고육지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2026년 연금 개혁을 통해 연계 감액 제도가 폐지되거나 완화된다면, 이 전략은 오히려 악수가 될 수 있으므로 신중해야 합니다.
손익분기점 계산, 몇 살까지 살아야 이득인가
결국 조기 연금의 유불리는 '내가 몇 살까지 사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전문가들이 분석하는 손익분기점은 76세 전후입니다. 5년 일찍 당겨 받는 경우, 76세 이전에 사망한다면 조기 수령이 총수령액에서 유리합니다. 하지만 76세를 넘겨 장수하게 되면, 그때부터는 정상 수령했을 때의 누적 금액이 조기 수령액을 앞지르게 됩니다.
한국인의 평균 기대 수명이 83세를 넘어서고 있는 만큼, 통계적으로는 정상 수령이나 연기 연금(늦게 받는 것)이 유리할 확률이 높습니다. 하지만 가족력이나 본인의 지병 등 개인적인 건강 이슈가 있다면 손익분기점을 보수적으로 잡고 조기 수령을 택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습니다.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 유지와의 상관관계
또 하나의 중요한 변수는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입니다. 은퇴 후 자녀의 직장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등록되어 건보료를 안 내는 것이 은퇴자들의 로망입니다. 하지만 연 소득이 2,000만 원을 초과하면 피부양자 자격이 박탈되어 지역가입자로 전환, 건보료 폭탄을 맞게 됩니다.
이때 국민연금 수령액도 소득에 포함되는데, 조기 수령을 통해 연간 연금 수령액을 2,000만 원 이하로 맞춘다면 피부양자 자격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국민연금 조기 수령은 단순히 매달 받는 돈의 액수뿐만 아니라, 기초연금, 건강보험료, 세금 등 은퇴 후 재무 설계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눈앞의 이익보다는 숲을 보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국민연금공단 지사를 방문하여 '내 연금 알아보기' 상담을 통해 시뮬레이션을 돌려보시고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